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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세상은 할머니들이 다 꽈드라!” 생명평화대행진 12일차
  • 나영필기자
    2012.10.20 17:08:23
  • “세상은 할머니들이 다 꽈드라!”

    생명평화대행진 12일차


    2.jpg


    대행진 12일차.

    왜관수도원에서 따뜻하게 샤워도 하고 잠도 푹 잔 행진단은 아침 6시45분에 청도로 출발했다.

    차안에서 간단하게 빵과 우유, 누룽지로 아침을 대신했다.

    도착한 곳은 송전탑 대치현장인 삼평1리.

    부녀회장 이은주씨와 할머니들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할머니들은 우리가 온다고 “뺑끼칠(페인트칠) 좀 했다 아이가”라며 분도 바르고 옷을 곱게 차려입고 기다리고 있었다.

    부녀회장은 “4월15일부터 밤낮없이 고생을 한 할머니들이 행진단을 기다리며 설렜습니다”란다.

    22호, 24호 송전탑이 이미 완공됐고 23호기가 할머니들에 의해 막혀 공사가 중단돼 있다.

    2010년 가을 무렵 청도 2개면은 지역사업비를 받아 합의해줬지만 삼평1리는 1억7000만원 돈을 안받고 지금껏 싸우고 있다.


    3.JPG


    밀양처럼 이곳도 할머니들이 자신들의 몸집보다 몇천, 몇만배가 되는 송전탑을 막아내고 있는 것이다.

    이 거대한 싸움을 전개하고 있는 인원은 할머니 12명을 포함해 20여명뿐이다.

    마을주민들은 선로변경도 요구하고 정 안돼 이주요구도 했지만 전혀 한전은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24호기 위치만 옮겨달라고 했다고 한다.

    24호기 부근에 당산나무가 있어 제를 지내는 곳이기 때문이다.

    한전의 답변은 “공기가 부족해 못한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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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민들이 가장 분개했던 건 한전측이 ‘법에서 허락했다’며 포크레인으로 수확도 안한 벼를 뭉개며 밀고들어 온 거였다.

    황금빛 들녘이 흉물스러운 포크레인과 철구조물들로 가득했다.

    볏값은 얼마 안되니까 보상해준다고 해놓고 아직까지 소식도 없단다. 농민들, 또 벼가 아니었다면 그랬을까.

    헬기소리로 소가 유산되고 개가 스트레스로 죽어나가고 벌이 날아가 버렸다.

    양봉을 하는 농민은 생계가 막막한 상황이라 한다.

    무엇보다 20여년이 지나면 마을이 없어질 수도 있다.

    마을하나쯤은 없앨 수 있다는 게 자본이다.

    그렇게 한전은 할머니들로부터 자신의 고향을 지킬 권리를 뺏어가고 있었다.


    4.JPG


    각북면사무소로 행진을 하려던 참에 또 채증하고 있는 사람이 발각됐다.

    마을사람들도 이때까지 경찰인줄 알았다는 시공사직원이었다.

    처음엔 경찰인 척 하며 목소릴 높이다가 여러명에게 멱살을 잡히고서야 고분고분해졌다.

    현장에 있던 경찰도 여기도 저기도 제지하지 않고 관망하고 있었다.

    아까 23호기 터를 둘러보던 행진단 주변으로 사복경찰들이 어슬렁어슬렁 올라오던 걸 행진단에서 항의해 경찰도 고분고분해진 터였다.

    둥글이씨도 나섰지만 이번엔 철순씨가 흥분했다.

    박철순씨는 마을버스를 운전하며 행진단을 안받침하고 있다.

    한번은 “사람들이 행진안하고 운전하는 걸 편한줄 알어요”라며 “걷고 싶어요, 걷게 해달란 말이야!”란다.

    미리 도착장소로 움직일 때야 상관없지만 행진단을 따라 저속기어로 몇시간이고 갈때는 참 힘들다고 한다. 옆에 사람이라도 없으면 더 그렇다.

    벼를 저모양으로 만들어 놨다는 시공사의 직원이라는 소리에 폭발해버린 거다.

    덩치도 큰데다가 행진단 수도 많아 그런지 그 친구는 꼼짝을 못했다.


    5.JPG


    한바탕 소동이 정리되자 면사무소까지 행진을 했다.

    면장이 개입할만한 사안을 넘어선 거지만 분에 겨운 할머니 한분이 마이크를 들고 말한다.

    “민장(면장) 나온느라~! 민장 나온느라 민장. 민장 나온느라. 아무 수용없더라. 내 캤다. 내땅 내 지킬란다.”

    이미 할머니는 면사무소에 들어가 한말씀 하시고 눈물을 글썽이셨다.

    속이 시원하실까 모르겠다.


    다시 버스로 청도군청으로 이동해 규탄집회를 가졌다.

    농촌이다보니 떡과 막걸리가 나왔다.

    기자도 목을 축이다 문정현신부님께 한잔 권했다.

    이미 한잔 걸친 문신부님은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오늘 이상하게 땡기네~”라며 한잔을 더 받는다.

    문신부님은 삼평1리에서 경찰들에 “쓰레기같은 놈들. 야 이놈들이 너흰 똥떵어리야. 이 자식들아. 아주 뻔뻔하게 태연하게 올라오고 있어. 우리나 누군지 알어 임마!”라며 호통쳤다.

    화난 신부님을 풀어준 건 오두희위원장이다.

    “우리는 생명평화대행진단이여 이놈아~”

    그제서야 문신부님은 화를 눅잦힌는 듯 “우리 둥글이는 제기랄 경찰만 보면 그냥 눈깔이 뒤집어가지고 그냥. 흐흐흐. 임마, 경찰서장이 접근금지 가처분신청까지 낸 사람이다. 이놈아.”

    부장원실장도, 딸기씨도, 세리씨도 아까는 다들 많이 흥분했었다.

    문규현신부님이 “세상은 할머니들이 다 꽈드라!”라며 할머니들에게 용기를 준다.

    “기운난데이.”

    이우기씨의 카메라는 밀양의 할머니들의 웃음과 똑같은 웃음을 삼평1리 할머니들에게서 잡아냈다.


    할머니들과 작별한 행진단은 경산시청으로 향했다.

    시청앞에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경산환경지회의 천막농성장이 있었다.

    경산시의 민간위탁을 규탄하고 환경미화원을 직접고용해 중간착취를 없애야 한다며 농성을 진행하고 있었다.

    시청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행진단과 지회가 연대집회를 가졌다.

    발언과 신짜꽃밴의 공연도 있었지만 경품행사가 호응이 좋았다.

    민주노총에 근무하면서 주로 해온 일이 재정사업을 위한 ‘장사’였다는 사회자가 준비한 깜짝이벤트였다.

    사회자는 자유발언자에겐 김을 주고 가위바위보로 이긴 사람에겐 고어텍스 운동화를 줬다.

    강정마을에서 온 이양준어르신이 1등을 차지했다.

    이 어르신은 결승전에서 가위바위보에 졌지만 사회자가 센스있게 멀리서 여기까지 온 강정의 어르신의 ‘승’을 선언해줬다.

    전일정을 젊은사람들과 똑같이 걷고 있는 이어르신에게 참 고마운 선물이 됐다.


    6.JPG


    행진단은 시민캠페인을 한 후 대구생명평화문화제에 참가했다.

    기자는 김국남씨가 운전하고 있는 밥차를 얻어타고 숙소인 민주노총대구본부로 먼저 왔다.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 기자에게 국남씨는 진보신당당원이었다는 정도의 답변외에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말엄마가 없기도 해 계획했던 밥차팀 취재는 다음기회로 미루기로 했다.


    나영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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