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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 본질과 현상, 내용과 형식 _ 변증법강의
  • 21세기민족일보
    2016.08.23 00:03:50
  • 본질은 사물의 존재와 발전의 기초로 되는 상대적으로 공고한 내적 측면이며 현상은 본질의 발현으로서 상대적으로 가변적인 외적 측면이다. 본질이 내적이면 현상은 외적이고 본질이 견고하면 현상은 가변적이고 본질이 항구적이면 현상은 일시적이다. 일정한 대상을 대할 때 표면에 나타나는 것이 현상이고 현상 속에 숨어 있는 것이 본질이다. 본질은 현상을 통해 드러나며 현상은 본질을 표현한다. 본질은 현상을 규정한다. 본질은 반드시 그에 상응한 현상으로 나타나며 현상은 본질에 의하여 규정된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관념론자들은 본질과 현상을 관념적으로 본다. 객관관념론자들은 현실세계를 본질인 초자연적 ‘절대이념’의 현상으로 보며 주관관념론자들은 현실세계를 주관적 의식에 귀착시킨다. 또 불가지론자들은 본질과 현상을 절대적으로 분리시키고 현상은 인식할 수 있으나 본질은 인식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한편 속류 경험주의자들은 본질과 현상을 동일시함으로써 감성적 인식을 통하여 곧 본질을 인식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세계의 본질, 특히 착취사회의 본질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려는 반변혁적인 견해이다.

    본질은 다양한 현상으로 표현된다. 자본가가 노동자로부터 잉여가치를 착취하는 것은 자본주의경제제도의 본질이며 이는 빈부의 격차나 노동자의 실업, 경제공황 등의 여러 현상으로 표현된다. 다른 본질이 유사한 현상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환자에게서 열이 나는 현상은 감기 때문일 수도 있고 폐결핵 때문일 수도 있고 염증 때문일 수도 있다. 환자의 병에 대한 진단이 정확해야 처방도 정확할 수 있는 것처럼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할 때에만 문제해결의 정확한 방도를 내올 수 있다.

    인식은 현상으로부터 본질로, 제1의 본질로부터 보다 근본적인 제2의 본질로 심화발전한다. 세계가 물질이라는 것이 밝혀진 다음에는 물질세계에 대한 인식을 심화하기 위해서 물질세계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제기하고 밝혀야 한다. 또한 사물현상이 모순에 의하여 운동발전한다는 것이 밝혀진 다음에는 자기 원인에 의해서 운동발전하는 세계를 개조하는 힘이 어디에 있는가를 제기하고 밝혀야 한다. 이는 철학의 근본문제를 새롭게 제기하고 그에 맞는 철학의 근본원리를 해명하는 과정으로 된다. 한편 물질중심의 기존 역사관은 민중중심의 새로운 역사관으로 심화발전하였다. 동양의 식민지, 반식민지 나라들의 경우, 생산력이 낮았음에도 사회제도가 교체되었다. 이것은 생산력의 수준에 생산관계가 적응하는 경제적 필연성이 아니라 그보다 큰 필연성이 인류역사의 근저를 관통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민중의 자주성, 창조성이 높으면 생산력의 발전이 낮더라도 사회제도를 교체할 수 있다. 경제적 필연성은 민중의 자주성과 창조성이 증대, 발전하는 필연성을 경제분야에서 표현한 것이다. 

    본질적으로 다른 두 사물현상을 본질적으로 연관지을 수 없다. 이집트의 스핑크스는 관념의 산물일 뿐이지 현실로 존재할 수 없다. 사람과 사자의 본질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이남사회를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사회로 보는 견해도 마찬가지이다. 국가독점자본주의란 현대제국주의의 정치경제적 체질이며 국내적 표현이다. 이남사회를 식민지로 보면서 동시에 제국주의로 보는 견해는 논리적 모순이다. 16대 대선에서 일부 운동대오가 제기한 ‘6.15대선연합론’은 6.15공동 언이라는 조국통일의 기치를 들고 반파쇼대선연합을 형성하자는 주장으로서 민족통일전선의 강령과 반파쇼민주전선의 강령을 혼동하며 두 전선의 본질적 차이를 망각한 오류에 해당한다.

    진상은 본질의 진실된 반영이고 가상은 본질의 왜곡된 반영이다. 물이 담긴 컵 안에 비스듬히 세워둔 젓가락이 굽어보이거나 마치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도는 듯 보이는 것이 바로 가상이다. 과학지식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사물현상의 본질이 왜곡되어 인식될 수 있다. 한편 누가 누구를 하는 계급투쟁에서는 서로 상대를 제압하기 위하여 기만전술을 구사한다. 이북은 금창리를 핵시설처럼 위장하여 미국으로부터 참관료로 60만톤의 군량미를 받아내었다. 코리아반도에서 럼스펠드의 신속기동전략은 우리 민족의 힘에 의해 패퇴하는 미군이 자체대열의 동요를 막기 위해 구사하는 교란전술에 불과하다. 코리아반도에서의 전쟁은 전면전, 핵전으로서 신속기동전이 맞지 않는다. 미국에게 ‘럼스펠드독트린’이니 6자회담이니 하는 가상이 필요한 이유는 미군철거가 친미보수세력과 독점자본에 엄청난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남베트남에서는 미군이 철거한 후 1년만에 친미정권이 붕괴되었다. 참고로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는 온라인 상에서의 세계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그 가상(假想)은 본질의 왜곡된 반영으로서의 가상(假像)과 한자도 의미도 전혀 다른 것이다.

    내용은 사물현상을 이루고 있는 요소와 사물현상이 수행하는 기능의 총체이며 형식은 내용을 이루고 있는 요소들의 결합방식과 기능의 수행질서이다. 내용과 형식은 사물현상들이 어떠한 요소들로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사물현상이 어떤 기능을 어떠한 질서에 따라 수행하는가를 반영한다. 내용은 형식을 규정하고 제약하며 형식은 내용에 따르면서 그것을 표현한다. 내용에 적응한 형식은 내용의 발전을 적극 추동하며 내용에 적응하지 않는 형식은 내용의 발전을 저해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내용에 대한 형식의 우위성을 주장하였다. 베이컨은 형식이 물질에 고유하며 그 내용에 의하여 규정된다는 견해를 표명하였으나 이 범주들의 복잡한 상호관계 특히 형식의 능동적 역할을 보지 못하였다. 칸트는 사유형식을 사유의 내용으로부터 분리시키고 사람의 인식과정이 진행되기 전부터 ‘순수한’ 논리적 형식이 의식 속에 주어져 있다고 주장하였다. 헤겔은 형식과 내용의 통일과 모순을 강조하였으나 내용과 형식의 객관적 기초를 거부하고 그것을 절대이념의 일정한 논리적 발전단계의 발현이라고 규정함으로써 신비화하였다. 내용과 형식에 대한 전면적인 과학적 이해는 노동계급의 철학이 창시됨으로써 비로소 확립되게 되었다.

    내용과 형식의 변증법을 사회역사분야에 적용한 가장 좋은 예가 바로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연관이다. 생산력은 생산에서의 자연에 대한 사람의 관계이며 생산관계는 생산에서의 사람들 사이의 관계이다. 생산력과 생산관계는 하나로 통일되어 생산양식을 이루며 상호작용한다. 생산력의 발전은 생산관계의 변화발전에 일정한 영향을 주며 생산관계의 변화발전은 생산력의 발전에 적극적인 작용을 미친다. 한편 생산관계를 변화시키는 데에는 생산력도 작용하지만 정치력이 보다 결정적으로 작용한다. 사회주의변혁이 생산력은 발전했으나 주체역량이 미약한 나라들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생산력은 낙후되어 있으나 주체역량이 강한 나라들에서는 성공했다는 것은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보다 민중의 주체역량이 결정적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실증한다.

    내용과 형식의 변증법은 문학예술분야에 특히 중요하다. 비판적 사실주의 이상의 작품에서는 반드시 내용과 형식을 통일시키는 작품의 핵이 존재한다. 작품의 기본주제가 있고 형상의 바탕이 되는 핵을 종자라고 한다. 훌륭한 작품은 내용에 깊이가 있고 형상이 뛰어나며 내용과 형식이 조화를 이루는 법이다. 영화 ‘전함 포템킨’은 짜르군대와 민중의 충돌할 수밖에 없는 적대적 모순관계를 장면과 장면의 충돌(오뎃사계단 장면의 교차편집)을 통하여 극적으로 보여주었다.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은 청계피복노동자들의 생활상과 전태일의 분신장면을 실감나게 표현함으로써 많은 사람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종자를 쥐고 이를 잘 가공할 때에만 사상적 내용과 예술적 형식이 뛰어난 작품을 창작할 수 있다. 내용보다 형식을 중시하는 예술유파는 현대주의로 부르든 초현대주의로 부르든 모두 형식주의에 해당하며 이러한 관점은 관념론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예술관이다. 형식주의적인 예술은 민중의 심금을 울릴 수 없으며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없다.

    내용과 형식의 범주는 생활과 활동의 분야에 폭넓게 응용된다. 인간관계에서 예절이나 에티켓이라는 형식보다 중요한 것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이다. 교육이 덕지체를 길러주는 것이 아니라 경력관리로 전락한 사회, 취업시에 실력보다 학력을 중시하는 사회, 여성들을 외모로 평가하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일 수 없다. 논문이나 문건을 작성할 때, 개념의 적확성과 체계의 정연함도 중요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역시 내용의 깊이이다. 개념과 체계라는 형식도 내용을 더 잘 표현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사업을 전개하는데서 빈말이나 탁상공론을 즐겨하며 실속이 없는 형식주의적 작풍은 변혁운동에서 매우 유해하다. 관료주의자들의 사업작풍은 예외 없이 형식주의적이다. 

    무장투쟁이 내용이면 유격전과 정규전은 그 형식이다. 프롤레타리아정권이 내용이면 코뮌이나 쏘비에트나 인민정권은 그 형식이다. 사회주의사회에서는 생산수단이 전민중의 소유이므로 생산수단의 유통과정에는 가치법칙이 형태적으로 작용한다. 1993년의 양자회담이나 2003년의 6자회담은 모두 북미협상의 형식이다. 민족통일기구의 수립은 6.15공동선언에 기초한 상층 통일전선의 최고형태이다. 지역통일전선이 내용이면 진보적 대중정당은 그 존재형태이다. 친미부르조아개혁세력이 내용이고 민주당, 개혁신당은 그 형식이다. 교양이 내용이면 문답식은 그 형식이다. 사업에서 구체적인 방법론을 세운다는 것은 내용에 맞는 형식을 발견한다는 것이다. 

    항일시기 일제가 ‘무단통치’에서 ‘문화통치’로 통치방식을 바꾸었지만 식민통치라는 내용은 변화하지 않았다. 2차대전 이후 현대제국주의의 식민지배방식은 직접적인 구식민주의에서 간접적인 신식주의로 바뀌었다. 노태우군사정권이 김영삼문민정권으로 바뀌었지만 그 예속적이고 파쇼적인 통치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김영삼정권이라는 예속적인 파쇼정권이 김대중정권, 노무현정권이라는 예속적인 부르조아개혁정권으로 바뀌었지만 친미보수정권으로서의 통치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자주, 민주, 통일이 실현되기 이전에는 정권의 형태가 군사정권이든 문민정권이든, 파쇼정권이든 개혁정권이든 근본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친미수구정당이나 친미개혁정당이 선거 때만 되면 간판을 바꿔다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2003.9.15 21세기코리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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